봄밤의 회상 / 이외수

2005. 6. 5. 21:29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밤새도록 신문지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 한 번
꿀벌들 날개 짓 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 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 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봄밤의 회상 / 이외수

'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 > 좋은글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0) 2005.06.16
농담  (0) 2005.06.12
무한능력(Unlimited Power)앤서니 라빈스  (0) 2005.06.05
그리운 언덕 /소복수  (0) 2005.06.03
뜬구름에 마음 실어   (0) 200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