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정원/류시화

2005. 7. 22. 00:05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여기 이 숲에 오면 둥근 나무들과 황금의 벌레들이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잊혀졌던 옛날의 불꽃이 있다

 

 



 

새들이 부리로 그 불꽃을 물어날아 사방에서 빛이 터진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숲의 오솔길로 즐겁게 달려갔다

 

 



 

누군가 오래 전에 이 길에서 했던 말들의

메아리가 내 뒤를 따라왔으며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삶의 고독함도 청춘의 방황도 그 뒷날의 일이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나는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갑자기 비구름이 숲을 뒤덮고 모든 것들이

그 오솔길에서 덧없이 져버렸다

숲에서 돌아나오면서 그 옛날의 불꽃을 나는 잊었다

 

 

옛날의 정원/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