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정원/류시화
2005. 7. 22. 00:05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여기 이 숲에 오면 둥근 나무들과 황금의 벌레들이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잊혀졌던 옛날의 불꽃이 있다
새들이 부리로 그 불꽃을 물어날아 사방에서 빛이 터진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숲의 오솔길로 즐겁게 달려갔다
누군가 오래 전에 이 길에서 했던 말들의
메아리가 내 뒤를 따라왔으며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삶의 고독함도 청춘의 방황도 그 뒷날의 일이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나는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갑자기 비구름이 숲을 뒤덮고 모든 것들이
그 오솔길에서 덧없이 져버렸다
숲에서 돌아나오면서 그 옛날의 불꽃을 나는 잊었다
옛날의 정원/류시화
'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 > 좋은글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풀 / 류시화 (0) | 2005.07.30 |
---|---|
김형경의 <세월> 중에서 경복궁 향원정 (0) | 2005.07.24 |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이해인 (0) | 2005.07.17 |
한 번에 한 사람/마더 테레사 (0) | 2005.07.15 |
숲에서 쓰는 편지/이해인 (0) | 2005.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