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닭과 병아리 다산 정약용

2005. 3. 10. 14:34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우리 나라는 닭의 나라
닭은 이처럼 우리 선조들에게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것은 신통력 있는 짐승이라는 관념에서 나온 얘기일 터이다. 실제로 우리 선조들은 닭을 매우 사랑하여 거의 집집마다 닭을 길렀고 달걀이나 닭고기를 상당히 귀하게 여겼다.


왜정시대 거치며 토종닭은 자취를 감춰
우리 나라의 재래종 닭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은 일본의 침략과 때를 같이 한다. 간악한 일본인들은 한?일합방 이전부터 조선의 재래종 가축과 곡물들의 씨앗을 말살하려는 종자멸렬 정책을 폈다.1960년대 이후 양계 봄을 타고 조선닭은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나라 안에 순수한 혈통을 지닌 재래종 닭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할만큼 그 씨가 끊기게 되었다.
토종의 우수함과 중요성을 뒤늦게 서야 깨달은 요즈음에 와서 토종닭 사육에 힘을 쏟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유원지 같은 곳에 토종닭을 요리해 준다는 글을 써 붙인 음식점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으나 요즈음 그 사람들이 '토종닭'이라고 내세우는 닭을 우리 조상들이 수 천년 전부터 길러 오던 재래종 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의 모두가 재래종 닭파 개량종 닭 의 잡종인 '튀기'들일 뿐이다.


母性 강해 몸바쳐서 새끼 돌보는 어미 닭
조선닭은 그 성질이나 생김새가 개량종 닭과는 사뭇 다르다. 개량종 닭은 어느 종류거나 알을 제대로 품지 않고 새끼를 잘 돌보지 않는 편이지만 조선닭은 새끼 욕심이 많아서 알을 품으면 매우 열심이고 병아리가 깨어 나오면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지극하다고 할 정도로 돌본다.
'암탉이 제 새끼를 품안에 모으듯 한다'는 말은 지극한 모성을 상징하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도 조선닭의 모성보호본 능에 감격하여 '어미 닭과 병아리'라는 시를 지었다.
 
목털은 곤두서서
고슴도치를 닳았고
제 새끼 건드리면
꼬꼬댁 쪼아대네…
낟알을 찾아내면
쪼는 체만 하고
새끼 위한 마음으로
배고픔을 참네
 
낟알을 찾아내면 쪼는 체만 하고 새끼가 먹도록 남겨 둔다는 표현은 정약용의 관찰력이 매우 예리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당시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닭의 모성이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한 상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닭 되살리는 일 힘써야
아무튼 조선닭은 약용으로나 고기 맛으로나 다른 어떤 것으로 보건 그 가치를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우리 겨레에게만 주어진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러나 속담에 나오는 '소경 제 닭 잡아먹기'라는 말대로 우리는 씨닭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다 잡아먹어 버렸다. 닭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조선닭은 완전히 없어졌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절실한 일은 옛 조선닭과 가장 닮은 놈이라도 찾아내어 그것을 되살리는 일이다.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병지방리에 사는 이철규(62)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기르던 조선닭을 지금까지 보존해 오고 있는 사람이다. 그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 그가 키우는 조선닭들이 널리 퍼져 우리 농촌 어디서나 아침이면 조선닭의 우렁차고 목청 좋은 울음소리와 함께 잠을 깨고, 새끼들을 오손도손 데리고 집 주위의 땅을 발로 파헤치고 있는 암탉을 흔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낮닭 우는소리를 듣고 문득 큰 깨달음을 얻은 서산대사의 오도송(悟道頌)을 소개하며 졸필을 마치고자 한다. 원하노니 모든 사람들에게 이 짧은 닭 울음이 오도(悟道)의 기연(機緣)이 될진저.
 
털은 희었으나 마음은 안 희는 것
옛날 사람이 이미 말하였네
이제 닭이 우는소리를 듣고
장부의 할 일 모두 마쳤네


 

글,사사춘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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