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2008. 1. 2. 21:07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광야

-이철구 신부-


우리는 광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광야에선 자신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인간적인 욕망과 위선적인 허식에
쌓여 있었는지를 보게 되고, 나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 같은 이 세상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비로소 홀로 고독함을 체험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광야는 침묵 속에서 창조주 앞에 발가벗겨진 피조물로서의 자기성찰의 시간입니다.
광야에서의 체험은 혹독할 수밖에 없지만 그 시간을 통해 모든 존재의 근원이시며
우리 인간 실존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깨닫게 되는 은혜로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우리에게 인간존재의 본질을 어둡게 만드는 휘장을 벗겨버리라고,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만나야 하는 이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지난날의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라고 외칩니다. 내가 즐기며 맛들였던
세상의 온갖 우상에서 벗어나라고 말입니다.
요즈음은 ‘돈’이라는 우상이 하느님의 자리를 넘나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죽어가는 생명도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요.
광야의 시간, 나와 이웃의 참된 존엄성은 바로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깨닫도록 합시다. 세례자 요한은 그것을 알았기에 자신을 단지 ‘소리’로,
주님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이 없는 이로 여겼어도 당당함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