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체면, 하느님의 체면 -최연석 목사(전남 여수시 중부교회)-
2008. 2. 5. 07:55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사람의 체면, 하느님의 체면
회당장이 주님을 찾아왔다. 찾아와 주님 발 앞에 엎드려 간구했다. 당시 유다 사회에서 ‘회당장’도 나름대로 알아주던 위치에 있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딸이 죽게 되자 그런 모든 체면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옆에서 왜 말이 없었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회당장이 어떻게 근본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말인가?”
옛날, 이른바 남녀가 유별하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양반들은 남의 여자한테는 직접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내 딸이 아프다고 여쭈어라.” 그러면 주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을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여쭈어라.” 사람에게 체면이 있다면 하느님께는 왜 체면이 없겠는가? 은혜를 구하는 사람에게 체면이 있는데 그 은혜를 주시는 분은 왜 체면이 없겠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은혜를 구하는 사람이 거들먹거리겠는가.
체면·자존심·사회적 편견·타성·고정관념 등 모든 것이 주님의 기적을 얻기 위해 걷어내야 할 거품이다. 그리고 그 거품을 걷어내는 가장 중요한 시작은 ‘사랑’이다. 육신의 딸을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된 체면을 버리게 한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 아버지의 사랑을 외면하시지 않았던 주님의 ‘사랑’이 발걸음을 회당장의 집으로 돌리게 한 것이다.
나는 오늘 주님의 발걸음을 돌리도록 무엇을 던져버리는가? 무엇이 내 발목을 붙잡아 주님 앞에 무릎 꿇지 못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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