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처럼
2010. 3. 31. 13:04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베드로처럼
-이홍일 신부-
베드로는 거절한다. 예수께서 자신의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살아가면서 가끔은 거절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인간적으로 내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그러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거절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사제로 바라보고, 나는 인간으로서 나를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사제로서의 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관심과 사랑이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사제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큰 짐으로 다가온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내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 사실을 거부하고 싶어한다. “제 발은 절대 씻지 못하십니다.” 한 베드로처럼. 그러나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내가 싫더라도 그분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과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 이러한 삶은 때로는 일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할 수 없는 그분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신앙으로 응답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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