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3. 07:39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청남대 양어장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 안소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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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기도
오소서, 성령님. 부활하신 주님의 빛을 찾아 이른 아침부터 달려갈 수 있도록 저희 마음을 뜨겁게 하소서.
독서
오늘 복음의 첫 절에 나오는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라는 말은 지금 이 복음에 등장하는 인물들인 마리아 막달레나와 제자들, 그리고 복음을 읽는 우리 자신이 믿음의 여정에서 어느 단계에 처해 있는지를 요약해 주는 듯합니다. ‘주간 첫날’ 은 분명 부활의 날입니다. 요한복음 19장은 예수님의 장례를 이야기하며 끝맺습니다. 그러나 사실 20장이 시작될 때는 비록 제자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예수님은 이미 부활하시어 살아 계십니다. 우리한테 ‘주간 첫날’ 은 죽음에서 부활하시어 지금도 살아 계시고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주님을 알아뵈올 수 있는, 그분을 알아뵈어야 할 날일 것입니다.
‘이른 아침’ 이라는 시간 역시 이미 어둠이 지나가고 새날이 시작되는 순간을 지칭합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아직도 어두울 때에’ 라는 표현은, 아직 제자들의 마음 안에는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믿음이 분명하게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들은 어둠 속에서 주님의 빛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주님을 찾아 달려갑니다.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 다녔네. 그이를 찾으려 하였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네. ‘나 일어나 성읍을 돌아다니리라. 거리와 광장마다 돌아다니며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으리라.’” 고 말하는 아가의 여인이 떠오릅니다.(아가 3, 1 – 2ㄴ) 어둠 속에서 잃어버린 연인을 찾아 헤매듯, 그렇게 예수님을 사랑하던 이들은 부활의 표징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마리아 막달레나가 등장합니다. 요한복음 20장 11절 이하에서 보여주듯이,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랑하는 주님의 죽으심을 슬퍼하며 울고 그분의 시신만이라도 모셔가려 합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실 때 마리아도 그분을 알아뵙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아직도 누가 시신을 옮겨 갔다고만 생각합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1절)라는 것은 ‘이른 아침’ 과 마찬가지로, 실상 주님께서 살아나셔서 그 자리에 계시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말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아직 그것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아직, 어둠 속에서 빛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전갈을 받고, 베드로와 요한이 다시 무덤으로 달려갑니다. 이들 역시 아직 분명 깊은 어둠을 체험하고 있었고 (‘이른 아침’ 이 되었음에도), 주님의 부재가 숨막히게 힘겨웠기에 온 마음이 다 그 무덤에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점점 더 깊이 들어갑니다. 먼저 베드로가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를 봅니다. 그리고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 곧 요한도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을 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드디어, 다른 사람이 시신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무덤에서 나가셨다는 것을 알아봅니다. “보고 믿었다.” (8절)라는 것이, 희미한 빛 속에서 헤매던 제자들의 초조하고 간절한 목마름에 종지부를 찍어줍니다. 이제 그들의 마음에는 해가 떠오릅니다.
복음에서는 그들이 주님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성경 말씀도 아직 깨닫지 못했다고 말합니다.(9절) 루카복음 24장에 나오는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제자들의 상황은 오늘 복음 상황과 동일합니다. 주님은 이미 부활해 계시고 그들과 함께 걸어가고 계시지만, 그들은 주님의 부활을 알지 못하고 오직 주님의 죽으심을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경 전체에서 당신에 대한 말씀을 설명하며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 라고 말씀하십니다.(루카 24, 26) 그러나 제자들이 성경을 깨닫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아직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통하여 주님의 지상 생활도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고 성경 말씀도 새로운 빛을 받게 되는 것인데,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아직 그 단계를 거치지 못했습니다. 살아 계신 주님을 직접 만나게 될 때 그들의 신앙은 새로운 단계로 건너가게 될 것입니다.
성찰
오늘은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지만, 마리아 막달레나, 제자들, 때로는 오늘의 우리 역시 ‘아직도 어두울 때’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침 일찍 동이 틀 때 무덤을 향해 달려갔던 그들처럼 이미 부활하시어 언제나 여기 현존하시는 그분을 알아뵐 수 있도록 성령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주시기를 청합니다.
기도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
그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나 가서 뵈올 수 있겠습니까 ?
(시편 42, 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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