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옥수동 달맞이근린공원-2
2010. 4. 10. 09:41ㆍ서울 어디까지 가봤니?/서울 걷기 좋은길
성동구 옥수동 달맞이근린공원-2
폭풍의 언덕 /유문호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다.
열심히 걸었던 만큼
끝없이 이어지는 폭풍과 언덕.
생각해보니 내 삶의 어느 한 부분도
욕심을 버린 날 없으니
언덕에서 해가 지고 바람 불고
새우같은 어둠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 아닌 사람들은
유쾌한 꽃밭을 만지고 가꾸고
고단한 밤마다 따뜻한 불을 켰으며……
아, 아무도 가지지 않은 불빛이
내 눈에만 보이는 까닭은
대체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그쪽에서 나를 보는
그들도 저 불빛이 보이는 것일까.
나는 깨닫는다
내 마음은 한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가 아닌, 내가 될 수 없는 저것들의
한없는 마음이 만들어낸 불빛
그 질투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아 아, 그러나 나는 유쾌한 꽃밭을 위조(僞造)하거나
혹은 내가 나를 이기고
풀잎처럼 일어서지 못한다.
다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폭풍의 언덕을
미련스럽게 거스르며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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