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단풍

2012. 2. 29. 20:19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필 자리

김윤이


모래바람이 붑니다
몸앓이를 하는 봄꽃들이 바람 속에 후드득 피고,
옥수수 까끄라기 같은 머리칼의 할마시는
난전에 나와 담배를 피웁니다
담배연기처럼 흰 아마를 두른 여인들은
이런 날씨에도 옥수수를 삶아 팝니다
제 머리뿌리 같은 것들을 좌판에 벌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딴에는 숨붙이의 자식인 줄 알고 달려드는 모래 알갱이들,
여인네들에게서 사 온 냉이국의
지분지분 씹히는 맛은 달싸했습니다 그런 날엔
몸살을 앓아도 좋았습니다
귓속에 들어찬 모래 알갱이가
하얀 사카린의 산등성이를 쌓았습니다
싸르락싸르락 마른 살갗에
문신을 새기는 바람이 오래 불었습니다
그 세찬 바람을 뚫고 여인들은
긴긴 隧商의 행렬에서 벗어나 지친 몸을 뉘였습니다
먼 산을 넘었지만
능선에는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디, 꽃 필 자리에는 앉지 말아 주십시오
내내 아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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