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3. 00:00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빵을 많게 하신 기적으로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로 나타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34-44
그때에
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35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36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
37 예수님께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제자들은 “그러면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어치나
사다가 그들을 먹이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다.
3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알아보고서,
“빵 다섯 개,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령하시어,
모두 푸른 풀밭에 한 무리씩 어울려 자리 잡게 하셨다.
40 그래서 사람들은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떼를 지어 자리를 잡았다.
41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
42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43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44 빵을 먹은 사람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
오늘의 묵상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군중을 바라보는 마음이 서로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배고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분을 따르는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군중을 참으로 가엾게 여기십니다.
어떻게 하든지 예수님께서는 허기진 군중을 배불리 먹이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다릅니다. ‘그냥 저들을 돌려보내서
각자가 능력껏 먹을 것을 사 먹도록’ 하자는 것이 제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군중 가운데에는 빵을 구할 여유가 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굶어야 할 형편인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사람들의 처지는 단지 그들의 사정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 하십니다. 제자들은 마음이 불편해져서 “그러면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어치나 사다가 그들을 먹이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볼멘 대답을 합니다. 이것은 오늘 복음의 전반부에 나타난
제자들과 예수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세상의 기적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적은 ‘옹졸하고 고집 센’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오늘의 기적 사건을 마치 하늘에서 빵이 펑펑 쏟아진
마술처럼 이해한다면, 그 기적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옛이야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기적 사건은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체험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난 놀라운 나눔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빵이 부족해서 지구 저편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처럼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눔을 주저하는 우리의 ‘굳게 닫힌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의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차린다면 그 기적은 오늘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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