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꽃사진과 좋은글(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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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류시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
2005.05.22 -
올챙이 연못가 #2-사랑/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
2005.05.20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
2005.05.13 -
꽃모음 #8-어서 너는 오너라/박두진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래 정드리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물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
2005.05.13 -
파밭과 황매화 울타리-기도/구상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2005.05.12 -
햇살이야기
햇살이야기
200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