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2007. 12. 5. 23:28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루카 13,18-19)


 

의당, 하느님의 나라는 광대무변하니

아무래도 그렇지. 겨자씨와 같다니....


 

아뿔싸. 겨자씨가 땅에 뿌려진다(마태 13, 31-32에서는).


 

겨자씨뿐만이 아니라 모든 씨앗이

스스로 뿌려질 곳을 택하여 뿌려지는 법이 없다.

바람에 날리든, 사람이 땅을 갈고 뿌리든,

씨앗이 뿌려지는 데는 씨앗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다.


 

자기는 좋은 씨니 좋은 땅에 뿌려 달라거나,

자기는 귀한 씨니 싹이 잘 트게 해 달라거나,

소출을 많이 낼 수 있도록 충분한 거름을 달라는 등의

‘청원기도’를 올리는 법이 없다.


 

씨앗이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밭이든 기름진 땅이든

뿌려진 자리에서 뿌려진 대로 자랄 뿐이다.

그리고 씨앗을 뿌려놓고

언제 싹이 돋나 어떻게 자라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과정을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란 싹이 돋아나 밭을 가득 채운다.

새싹은 농군도 모르는 사이에 자란다(참조. 마르 4, 26-29).


 

하느님의 나라도 그렇게

우리 마음 안에서 자라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 마음 안에서 소리없이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자라고 있다.


아, 지극히 평범한 말씀이시다.

아, 이제 누군들 하느님의 나라를 모를까 보냐?

 - 김성규 신부 복음 강론 중에서-


☆☆☆


주님께서는 이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에서도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고 그것을 가르치십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던 것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바라보십니다. 현실 생활에서 그냥 지나치고 넘어갈 수 있는 일들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발견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일상적인 것들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셨고,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특별하고 거창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감히 접할 수 없는 그러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나라이며, 우리 일상 속에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가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나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는 지금 당장 우리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다 자란 나무가 아닌 그 씨앗과 같고, 다 부풀어 오른 반죽이 아닌 그 누룩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밭에 뿌려진 씨앗처럼, 밀가루에 섞여있는 누룩처럼, 하느님 나라는 감추어져 있는 나라이며,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라나고 부풀어 오르는 나라입니다.

씨앗에서 싹이 돋고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또 누룩을 넣은 밀가루가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우리 안에 심어진 하느님의 사랑이 자라나고 부풀어 오를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초부터 하느님을 닮아 지니고 있는 그 사랑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낼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씨앗이 썩어야 싹을 낼 수 있고, 누룩이 섞여야 반죽을 부풀릴 수 있는 것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뜨리고, 나 자신을 썩도록 내어 줄 때, 나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스며들어감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고, 하느님 나라를 커가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내어 놓을 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나라를 우리 앞에 펼쳐주실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리 대단한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죽이고 썩어나게 하는 일이 그리 거창하고, 엄두도 못 낼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가 비록 조그마한 것에서 시작하였지만, 결국에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커지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사랑의 실천도 그토록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의 실천이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지라도, 하느님께서 우리의 사랑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크도록 이끄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현우 신부 복음 강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