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17. 21:06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역사 속에 실재하시는 하느님
-김명희(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인연구소)-
아비가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또 그의 아비처럼 아비가 되어 아들을 낳고…. 세상의 평범한 일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일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주 규칙적이고 과학적인 현상에 따른 것입니다.
사람의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각각의 세포는 핵을 가지고 있고 이 핵 안에는 염색체라는 유전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유전물질은 수정 단계에서 반은 어머니한테, 반은 아버지한테 물려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물려받은 유전자로부터 생명현상은 시작됩니다. 한 개의 세포에 불과했던 수정란은 그 수를 늘리고 모습을 바꾸어 260여 종류의 60여 조 개의 세포가 되어 생각하고 숨쉬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웃고 걷고 뛰고 기도하고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세포들이 모두 다 똑같은 염색체,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되신 예수님을 제외하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온 유전자 없이 존재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어미와 아비가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또 다른 개체의 탄생을 의미하면서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곧 우리는 나이면서 동시에 나의 부모와 나의 조상인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를 ‘낳고, 낳고, 낳고…를 되풀이하는, 지루한 듯 느껴지는 오늘 복음은 한 개의 수정란이 모두 똑같은 염색체 60여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간으로 태어나고, 그렇게 태어난 내 안에는 나와 내 부모와 먼먼 내 조상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오묘한 생명현상이 숨어 있는 기막힌 구절인 것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은 예수님도 마리아의 몸을 통해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또 한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셨음을 알리고 뭡測纛?역사 속에 실재하시는 하느님이시며 언제나 우리 안에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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