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육화 / 김웅태 신부

2007. 12. 17. 21:20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하느님의 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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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태 신부 -


하느님은 인간이 되시는 것 외에 또다른 방법이 없으셨을까요? 하느님은 왜 굳이 인간이 되셨을까요?

하느님이 이 세상에 들어오심은 한없이 깊은 의미를 가진 사건입니다. 연약하고 평범한 아기가 젊고 평범한 어머니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는데, 이 아기 안에서 하늘과 땅, 하느님과 사람이 하나로 결합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 안으로 가장 깊이 들어서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무한하고도 형언할 수 없는 사랑 때문입니다. 강생은 인간의 공로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하느님이 육신을 입으신 것을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느 왕자가 신하들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쁜 시골 처녀를 만나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그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자 세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첫째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왕자의 권위를 그 처녀는 거절할 수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처녀의 진정한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둘째는 그 처녀를 왕궁으로 초대해서 왕실의 영화를 보여주면서 구애를 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처녀의 진심을 읽기 어렵기에 포기했다.

마지막 방법은 왕자 자신이 처녀와 같은 평민의 신분으로 돌아가서 아무런 조건이나 요구없이 순수하게 서로간의 사랑을 약속하는 방법이었다. 왕자는 이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왕국을 떠나서 평민의 신분으로 시골마을로 들어갔다.

인간의 순수한 사랑도 이렇게 큰 감동거리가 된다면 하느님이 당신의 영광된 지위를 포기하고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 그것도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오셨다는 사실은 그 얼마나 벅찬 감동을 주는 것입니까? 창조주가 피조물이 되어 당신 사랑을 보이셨다면, 그 사랑은 얼마나 강렬한 것이며 또 얼마나 애절한 것이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육신을 취하시고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은 바로 우리에게 당신의 크나큰 사랑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만일 예수님이 구름을 타고 오시면서 권위를 나타내셨다면 그분을 믿지 않을 사람이 여러분 중에 계시겠습니까? 또 우리에게 영화로운 천국을 보여주시면서 믿으라하시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권위를 드러내시지도 않으셨고 또 달콤한 솜사탕만을 주시지도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육신을 취하시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세상을 구원하신 것은, 오직 당신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시며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첫 번째 이유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어 오신 또 다른 이유는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의 죄의 결과는 사람과 사람을 갈라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죄를 지은만큼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동료 인간들부터도 갈라져 나갔습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그리스도 안에 일치함으로써 다시금 인간 상호간에 일치를 이루고 또한 하느님과도 일치하게 하려는 하느님의 일치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일치하면 일치의 촛점인 그리스도와 더불어 우리끼리도 서로 일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시므로 그리스도와 일치하면 우리는 하느님과도 일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이며, 베들레헴 구유의 목적입니다.

인간을 동료 인간들과 일치시키고 또한 당신 자신과 일치시키기 위해서 하느님이 가장 인격적인 방법으로 이 세상에 들어오신 것은 당신의 섭리에 있어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약속을 성취하러 오신 것입니다.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게 축복하신 약속을 이루시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다윗의 후손들에게 영원하고도 보편적인 왕국이 주어지리라는 약속을 성취하시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바로 이 약속된 왕국을 창건할 후손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약속을 성취하셨습니다. 그래서 마태오는 예수를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다윗의 자손이신 분이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마태 1,1-17) 소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