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보
2007. 12. 18. 07:23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진짜 바보
-민경철 신부-
참 바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산 적이 있었습니다.
남이 날 등쳐먹으려 하면 속아줄 수 있고, 욕을 해도 웃을 수 있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인생이 다 그러려니 하며 그냥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 하지만 내 것을 잃고 싶지 않은 욕구와 내 것이 아닌 것을
찾아 나서려는 욕구 때문에 언제나 바보가 되지를 못했습니다.
오늘 진짜 바보를 한 사람 만납니다. 예수님 아버지 요셉. 꿈속에서 나오는
천사의 말 한마디에 사생아를 잉태했다고 생각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지요.
글쎄 성령으로 말미암은 아기라고 들었습니다. 이름도 주어져버렸습니다.
그때 당시 이름 짓는 권한은 아버지에게 있었는데 아버지 역할을
포기하라는 것이었지요. 요셉은 너무도 단순하게 그리고 주저 없이
들은 대로 행합니다. 내가 요셉이었다면 얼토당토않은 이 얘기를
순순히 따를 수 있었을까? 이 사실을 누가 알기라도 하면 ‘등신’이라고
욕할 것 아닙니까요? 요셉 참 대단하지요. 하지만 바보가 될 수 있었기에
하느님의 아들이 오실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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