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행, 옥천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2012. 3. 21. 11:23우리 문화예술 공연전시 /문학관,미술관,기념관

 

충북여행, 옥천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시인 정지용(鄭芝溶 1902~1950)은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40-1번지에서 1902년 5월 15일(음력)에 태어났다. 정지용은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생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옥천공립보통학교(현재의 죽향초등학교)에 다녔으며, 14살 때에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집을 떠나 객지생활을 시작하였다. 정지용의 본래 생가는 1974년에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다른 집이 들어섰으나, 1996년 7월 30일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

생가 앞으로는 정지용의 대표시 (향수)의 첫 문장에 등장하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부엌이 딸린 안채와 행랑채 등 2동의 一자형 초가(草家)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엉을 얹은 흙돌담으로 둘러져 있고, 두 개의 사립문이 있다. 생가 옆으로 물레방아와 정지용동상 등으로 꾸민 작은 공원이 있고, 그 옆으로 정지용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향수(鄕愁)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