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3. 20:23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평화
- 이동훈 신부-
부활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난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신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의혹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혹 때문에 제자들은 두려움으로 골방 속에 꼭꼭 숨어서 지냈다. 마음의 평화가 사라졌다.
이처럼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곳에서는 마음의 평화가 있을 수 없다. 부활을 믿지 못하는 삶은 현세에 집착하게 한다. 현실의 물질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지만 마음의 평화는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자신이 죽지 않으려고 남을 해치고, 남의 것을 빼앗는다. 빼앗은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높은 담을 쳐놓고 경보기며 보안 시스템을 해보지만 마음의 평화가 생기지 않는다. 평화(平和)란 쌀(禾)을 나누어 먹되(口) 공평(平)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인(정신지체 장애인)들과 함께 살면서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이들에게는 담이 없다. 누구를 보더라도 똑같이 대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돈이 많든 적든, 남녀노소,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사람들은 불쌍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지능이 떨어져 자기 것도 챙기지 못하고, 상처 받을 줄도 모르고 마냥 마음을 열어주는 그들이 왠지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장애인들의 마음이 더 평화롭다. 받을 것을 계산하지 않고 그저 주기 때문이다.
누구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고, 자기 것을 고집하지 않으며 모두를 평등하게 대해 주는 데 평화가 있음을 함께 사는 가족이 삶으로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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