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 달님의 부활이야기

2012. 3. 3. 20:20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햇님 달님의 부활이야기 
- 김기환 신부-

'햇님 달님' 이야기를 잘 아실 겁니다. 마실에 품팔러 나갔던 어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납니다.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꼬셔서 어머니를 잡아먹고나서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 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한다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예수님을 몰랐던 우리 조상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삶 안에서 부활의 의미는 깨닫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정네 없이 아이들 셋을 먹여 살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젊은 나이에 홀로 되어 남의 집에 품팔며 사는 여인네의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을 겁니다. 호랑이가 어머니를 잡아 먹었다는 것은 어머니가 곧 호랑이로 변한 것입니다. 어머니 마음속에 쌓인 한이 호랑이로 둔갑한 것이지요. 결국 그 호랑이가 자신의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어른이 다 되어도 자식을 편하게 놓아주지 않는 호랑이 같은 어머니,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를 우리는 흔히 보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호랑이를 피해서 나무로 올라갑니다. 나무에 올라간 아이들은 땅에 있을 때와는 달라졌습니다. 맨날 어머니가 품팔아서 가져다주는 양식에만 의존해야되는 수동적인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호랑이라는 무시무시한 동물과 대적하면서 온갖 꾀를 낼 줄 아는 훨씬 성숙한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꾀에도 한계가 있어서 하늘에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는 온 누리를 비추는 햇님 달님이 되지요. 호랑이는 수수밭에 떨어져서 죽고요.

아이들이 온 누리를 비추는 햇님 달님으로 '부활'하는데 도움을 준 것은 호랑이와 나무였습니다. 먼저 호랑이를 볼까요. 호랑이는 곧 어머니(혹은 아버지)입니다. 호랑이가 죽지 않으면 아이들이 부활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른이 다 되어서도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히 떨쳐 내지를 못합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 분노 등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호랑이가 되어 늘 나를 쫓아다닙니다. 그 호랑이가 죽어야 아이는 햇님 달님으로 부활하여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갔다는 것도 참 재미가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양이나 서양이나 나무는 '생명과 성장'을 상징합니다. 또한 땅과 하늘을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하구요. 나무는 사람이 새롭게 태어나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나무에 올라갔기 때문에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십자나무에 달리셨기 때문에 온 인류를 비추어 주는 구세주로 부활하실 수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부모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지만 나무 역시 부모의 모습입니다. 호랑이는 내가 극복하고 떨쳐 버려야할 부정적인 부모의 모습이지만 나무는 부모님과 화해하고 난 뒤에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나의 사랑과 애정이 새롭게 솟아나는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의 형태로 두고두고 오늘날까지 내려왔을 테지요. 하지만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햇님 달님 이야기는 전해주고 있습니다. 조상들 중에 누군가는 햇님 달님으로 부활하는 체험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지혜를 후손에게 전해 주었겠지요.

옛날 이야기 속에서 부활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했던 것은 결코 예수님의 부활의 의미를 축소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부활은 나의 삶 속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조상들의 지혜를 빌어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햇님 달님 이야기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호랑이도 죽어야 하고, 나무에도 올라가는 인간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이 번 부활은 동아줄 잡고 햇님 달님되는 체험들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