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거리 -5

2010. 5. 2. 23:21서울, 경기 어디까지 가봤니?/서울거리 오래된 골목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거리 -5

 

 

 

 

 

 

 

 

 

 

 

 

 

 

 

 

 

 

 

 

 

 

 

 

 

 

 

 

 

 

 

 

 

 

 

 

 

 

To hell /정원숙





요코하마 요코하마,

검은 비 내리는 수은등의 도시 오늘도 굶주린 한 마리 거미가 여덟 개의 푸른 잎사귀에 실을 걸치네* 나는 요코하마에 가본 적이 없다네 암컷들이 수컷들을 모조리 잡아먹어 모든 번식이 끝나버린 곳 누대에 걸친 지진이 불꺼진 지하철 기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요코하마 요코하마 너는 어미 뱃속에서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그 회상의 도시를 훔쳐보았다네 불타버린 전신주 위 붉?! ? 참새 빠랄랄라 빠랄랄라 숨가쁘게 리듬을 타고 머리 속을 빠르게 질주하는 요코하마 요코하마 입술도 뭉개지고 점점 퇴화되어가는 다리 나는 반쯤 남은 입술로 하모니카를 불고 참새는 수은등 불빛 아래서 부리를 달싹인다네 빠랄랄라 빠랄랄라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아니면 내 두 눈을 뽑아버려도 좋아 오늘도 굶주린 한 마리 거미가 여덟 개의 푸른 잎사귀에 실을 걸치네* 요코하마 요코하마



치치코프 치치코프,

아버지 빵을 훔치자 흐읍 흡 바닥에 낮게 몸을 엎드리고 한 마리 쥐새끼처럼 불켜진 저 상점 속으로 돌진하자 꿈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혐오스러운 얼굴들 치치코프 치치코프 눈을 꼭 감고 단 한순간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살기 위해 악착같이 살기 위해 한 움큼의 드럭을 입속에 털어넣고 아버지를 노려보자 꽉 잡아 사라지게 해선 안 돼 그 약이 당신을 안에서부터 갉아먹도록 그래서 당신을 다 점령하도록 내버려둬** 치치코프 치치코프 세상이 뱅글뱅글 돌아 내 사팔뜨기 눈이 빵을 잃어버리기 전 저 상점의 불이 꺼지기 전 저녁 짓는 굴뚝같이 따스한 빵속에 시퍼런 어금니를 박자 꽉 잡아 사라지게 해선 안 돼 그 약이 당신을 안에서부터 갉아먹도록 그래서 당신을 다 점령하도록 내버려둬** 치치코프 치치코프 빨리 빵을 삼켜버려 아아 아버지 손아귀에 굶주린 내 꼬리를 붙잡히고 말았어 흐읍 흡 어서 아버지를 쳐 빨리 치라구 치치코프 치치코프 너는 항상 안전하니까




키치죠지 키치죠지,

내가 죽어서 통과해야할 더러운 골목 시큼털털한 냄새와 음탕한 악기들이 썩어가는 내 작은 육신 위를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는 키치죠지 키치죠지 시계바늘을 붙잡고 덜그럭거리는 갈비뼈로 계속 시타를 연주하는 두타두타 투타투타 슬프게 자라나는 발톱과 검붉게 곪아가는 고환 이 고통은 너무 현실적이라네 시간이 지울 수 없는 게 너무도 많다네***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무?! 럭? 달려드는 서글픈 시타의 멜로디 사랑은 모두 죽었어 낙원은 이 골목에서 최후의 막을 내린 거야 키치죠지 키치죠지 나는 죽음보다 더 강렬한 것을 원한다네 더욱 그로테스크하고 더욱 처참하고 광폭한 그 어떤 것 이 고통은 너무 현실적이라네 시간이 지울 수 없는 게 너무도 많다네*** 두타두타 투타투타 심장이 벌통처럼 파헤쳐지고 정신은 얼음처럼 투명하게 비어가고 있다네 키치죠지 키치죠지 시계바늘을 삼켜버리고 나를 할퀴어줘 아직 자라지 않은 머리칼을 흔적도 없이 뽑아줘 제발 나를 버려줘 나는 늘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에리카나 에리카나,

매서운 북극의 바람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다네 세상의 어머니들은 딱딱하게 얼어붙은 별들에게 자장가를 들려주지만 나날이 늘어만 가는 하늘 가장자리 작은 아기 무덤들 에리카나 에리카나 잠도 오지 않아 지리멸렬한 밤 뼈 속까지 시려오는 밤 시시바바 시시바바 너는 노래를 부르고 지상의 최후의 것들은 냉혹하게 견뎌야 한다네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다네 나는 바람 속에 있다네 나는 북극의 별이라네**** 너의 노래는 차갑고 외로운 내 정신에 부드럽고 탐스러운 향기를 드리운다네 퉁퉁 불어가는 너의 젖가슴 멀리서 들려오는 굶주린 짐승의 울음소리 창문이 최후의 날처럼 덜컹거려도 천 개의 강이 흐르기 위해서 시시바바 시시바바 너는 더욱 소리 높여 노래를 불러야 한다네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다네 나는 바람 속에 있다네 나는 북극의 별이라네**** 에리카나 에리카나 북극의 밤은 길고 너의 노래는 왜 짧기만 한 건지 바람 속에 버려진 아기 천사들을 위해 창백하고 아름다운 네 젖꼭지를 물려주는 에리카나 에리카나 너는 천 개의 강이 흐르는 최후의 북극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