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2328)
-
한 송이 꽃/정채봉 <스무살 어머니> 중에서
가만히 보면 꽃들은 절대 다른 꽃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 민들레꽃을 부러워하지도, 닮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디 손톱만한 냉이꽃이 함박꽃이 크다고 하여 기죽어서 피지 않는 일이 있는가, 사람이 각기 품성대로 능력을 키우며 사..
2005.08.22 -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2005.08.20 -
바다에서 쓴 편지 이해인
남애항 짜디짠 소금물로 내 안에 출렁이는 나의 하느님 오늘은 바다에 누워 푸르디푸른 교향곡을 들려주시는 하느님 당신을 보면 내가 살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면 내가 죽고 싶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당신을 맛보게 하는 일이 하도 어려워 살아갈수록 나의 기도는 소금맛을 잃어갑..
2005.08.20 -
이순간
하느님이 인간을 빚을 때의 일이다. 하느님은 일을 거들고 있는 천사에게 일렀다. "양쪽에 날이 잘 선 비수와 독약과 사랑약을 가져오너라." 천사가 그것들을 준비해 오자 하느님은 비수의 한쪽 날에는 독약을 바르고 다른 한쪽 날에는 사랑약을 발랐다. 그리고는 그 비수의 형태를 없게 만들어서는 인..
2005.08.18 -
주일 노래/이해인
오늘은 해의 날 해를 지으신 당신을 기억하며 새 마음으로 새 옷을 입습니다 숨차게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단한 일손을 멈추고 바쁘다는 탄식도 오늘은 고요히 접어둡니다 진정 사랑하면 눈도 마음도 밝아진다고 하셨지요? 좀더 밝아지기 위하여 오늘은 쉬면서 침묵 속으로 들어..
2005.08.15 -
들꽃 향기/김지수 <들꽃 이야기> 중에서
강물이 오래 사는 것이 그 깊고 나지막한 잔잔함 때문이듯 저 바람 부는 들판이나 길가의 바위틈에 무수히 많은 들꽃들이 피고 지는 것은 속으로 품은 그윽한 사연 때문이다. 우리들 들꽃처럼 소박한 삶을 가로지르는 나날들은 또한 얼마나 운명적이고 기이한 사연들로 갈피를 채우고 있..
200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