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사진(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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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갈대밭에서 / 박재삼]
갈대밭에 오면 늘 인생의 변두리에 섰다는 느낌밖에는 없어라. 하늘 복판을 여전히 구름이 흐르고 새가 날지만 쓸쓸한 것은 밀리어 이 근처에만 치우쳐 있구나. 사랑이여 나는 왜 그 간단한 고백 하나 제대로 못하고 그대가 없는 지금에사 울먹이면서, 아, 흐느끼면서, 누구도 듣지 못하..
2005.12.12 -
제라늄 [geranium] 행복을 만드는 신호
제라늄 내게 기억하며 살아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머리를 주셨고 내게 눈물나게 봐야 할 일들이 있어 두 눈을 주셨나 보다 내게 사람사는 냄새를 맡으라고 코를 주셨고 내게 고마움의 소리를 들으라고 양쪽 귀를 주셨나 보다 내게 진실만을 전하라고 하나의 입을 주셨고 내게 진정한 사..
2005.12.11 -
참새 [살아 있음의 특권 / 이정하]
참새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이란 시간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지금 내가 힘겹고 쓸쓸..
2005.12.01 -
국화 [최후의 꽃 / 도종환]
최후까지 하늘 향해 고개 꺽지 않는 꽃 한송이 있네 아래쪽 이파리들부터 들었던 두 팔을 서서히 내리고 지친 어깨를 털며 물러날 때 가까운 꽃들마저 흙빛의 질린 얼굴을 하고 빛나던 꽃잎 하나씩 땅에 버리며 돌아설 때 끝까지 제 빛깔 잃지 않으며 서 있는 들녘의 꽃 한송이 있네 그토..
2005.11.25 -
술패랭이 [멀리 가는 향기 / 정채봉]
술패랭이 그 매혹적인 향기는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꽃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멀고 귀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굳세게 살고 자기 빛을 잃지 않는 작은 풀꽃이 지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이 청정할 때만이 제대로 깃들 수 ..
2005.11.22 -
물봉선 [풀 꽃 / 정채봉]
물봉선 꽃시장에 한번 갔다가 현기증을 느끼고 돌아온 적이 있다. 지나치다 싶게 화려한, 그것도 국적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는 그곳에서 향기조차도 진해서 멀미증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화사한 색깔의 난무에 내가 압도당한 것인지, 아니면 그 꽃들의..
200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