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사진(900)
-
억새 [가을빛 / 이해인]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들도 기도의 말들도 모두 너무 투명해서 두려운 가을빛이다 들국화와 억새풀이 바람 속에 그리움을 풀어헤친 언덕길에서 우린 모두 말을 아끼며 깊어지고 싶다 가을빛 / 이해인
2005.10.17 -
갈매기 [희망은 높은 곳에 / 신달자]
갈매기 희망은 높은 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괴로울 때 고개를 떨구며 아래를 보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행동입니다. 고개를 떨구고 절망하는 땅에서는 결코 희망은 없는 것이지요. 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절망적인 순간에 오히려 고개를 치켜드는 사람에게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
2005.10.16 -
고추잠자리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 / 이청준의 <날개의 집> 중에서]
고추잠자리 서두를 것 없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 전체로 그리는 것이다. 마음속에 그리고 싶은 것이 자라오르면 손은 그것을 따라 그리는 것뿐이다. 손 공부가 급한 것이 아니라 마음 공부, 사람 공부, 세상 일 공부가 더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너는 지금 손 공..
2005.10.12 -
주홍나비 [바람 부는 가을숲으로 가자 / 이해인]
주홍나비 젊은 날 사랑의 뜨거움이 불볕 더위의 여름과 같을까. 여름 속에 가만히 실눈 뜨고 나를 내려다보던 가을이 속삭인다. 불볕처럼 타오르던 사랑도 끝내는 서늘하고 담담한 바람이 되어야 한다고 눈먼 열정에서 풀려나야 무엇이든 제대로 볼 수 있고, 욕심을 버려야 참으로 맑고 ..
2005.10.11 -
방아깨비 [가을 바람 / 이해인]
방아깨비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
2005.10.10 -
나팔꽃 [시월 새벽 / 류시화]
나팔꽃 1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냐고 개똥쥐바퀴들이 나무를 흔든다 2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모통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
200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