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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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햇빛
동의나물 지나가는 햇빛 안희선 지나가는 햇빛이 마른 나무 잎사귀처럼 오래 된 편지를 비추인다 아직도 기억하나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가 미워졌다 빛바랜 마음이 되도록, 풀지 못한 오해는 울먹하니 쓸쓸하다 왜, 그때 안녕이라 말했는지 마음 젖은 그대 향기가 못내 그리워 허공으로 흩..
2011.03.02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고 사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2011.03.02 -
놓았거나 놓쳤거나
돌단풍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
2011.03.02 -
들꽃 여관에 가고 싶다
얼레지 들꽃 여관에 가고 싶다 / 박완호 들꽃 여관에 가 묵고 싶다. 언젠가 너와 함께 들른 적 있는, 바람의 입술을 가진 사내와 붉은 꽃의 혀를 지닌 여자가 말 한 마디 없이도 서로의 속을 읽어 내던 그 방이 아직 있을지 몰라. 달빛이 문을 두드리는 창가에 앉아 너는 시집의 책장을 넘기리. 三月의 은..
2011.03.02 -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금낭화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 윤제림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법 하나는 노래하며 걷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저를 모르시겠어요, 눈물을 훔치며 손목을 잡는 버드나무가 있을라 마침 흰 구름까지 곁에 와 서서 뜨거운 낯이 한껏 더 붉어진 소나무가 있을라 풀 섶을 헤치며 나오는 ..
2011.03.01 -
봄
봄 / 김기택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힘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 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
201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