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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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약속
오늘의 약속 나태주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
2011.02.25 -
봄나들이
봄나들이 / 정 양 지긋지긋한 이 아파트 말고 어느 산기슭 어느 시냇가에 집 하나 이쁘게 짓고 사는 것이 아내는 소원이라 한다 말 못하는 짐승들도 기르고 오가는 새들 모이도 뿌려주면서 채소랑 곡식이랑 감 대추를 다 가꾸어 고맙고 다정하고 아까운 이들과 골고루 나누고 싶다고 한다 그런 소원쯤 ..
2011.02.25 -
꽃 필 자리
물봉선 꽃 필 자리 김윤이 모래바람이 붑니다 몸앓이를 하는 봄꽃들이 바람 속에 후드득 피고, 옥수수 까끄라기 같은 머리칼의 할마시는 난전에 나와 담배를 피웁니다 담배연기처럼 흰 아마를 두른 여인들은 이런 날씨에도 옥수수를 삶아 팝니다 제 머리뿌리 같은 것들을 좌판에 벌이는 이들도 있습..
2011.02.25 -
봄의 약속
복수초 봄의 약속/ 마종기 지난밤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갔었지? 산도 하나 넘고 배 저어 강도 하나 건너서 인연과 고통이 같은 것이라는 어려운 푯말만 읽고 헤어졌던가. 떠다니는 길에서 혼자가 되어 혹 연인에 취해 긴 잠이 들면 괜찮아,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지구의 가슴까지 이미 간 것을, 기다림..
2011.02.24 -
정기구독 목록
정기구독 목록 / 최갑수 나의 정기구독 목록에는 늦은 밤 창가를 스치는 빗소리와 그 빗소리를 들으며 슬쩍슬쩍 읽어보는 윤동주 백석 박용래 같은 눈물을 닮은 이름 몇 자들 새벽녘 앞마당에 고여 있는 막 떠다놓은 찻물처럼 말갛기만 한 하늘 기다릴 필요 없어요, 바람난 애인이 또박또박 적어준 빛..
2011.02.24 -
3월이 되면
바람의 감촉이 순해지는 3월이 되면 나는 늘 마음이 설렌다. 흰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혹시 목련의 겨울눈을 바라본 사람은 알것이다. 그들의 모습이 포동포동 살이 오른 건강한 태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련은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어린 눈을 키우고 지키며 더욱 강해 지고 있었다. ..
201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