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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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봄이 찾아와
자운영 이따금 봄이 찾아와 / 나희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 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 속에 ..
2011.02.28 -
봄, 가지를 꺾다
한련화 봄, 가지를 꺾다 / 박성우 상처가 뿌리를 내린다 화단에 꺾꽂이를 한다 눈시울 적시는 아픔 이 악물고 견뎌내야 넉넉하게 세상 바라보는 수천개의 눈을 뜰 수 있다 봄이 나를 꺾꽂이한다 그런 이유로 올봄엔 꽃을 피울 수 없다 하여도 내가 햇살을 간지러워하는 건 상처가 아물어가기 때문일까 ..
2011.02.28 -
너를 사랑한다
명자꽃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
2011.02.28 -
봄 숲
처녀치마 봄 숲 / 복효근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내가 저이들과 바람이 나더라도 바람이 나서 한 사나흘 떠돌더라도 저 눈빛에 눈도 빼앗겨 마음도 빼앗겨 내 생의 앞뒤를 다 섞어버리더라도 용서해다오 세상에 지고도 돌아와 오히려 당당하게 누워 아늑할 수 있는 그늘이 이렇게 예비되어 있었나니 ..
2011.02.28 -
봄
복수초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
2011.02.27 -
사람이 그리운 날
사람이 그리운 날..강초선 마음 지독히 흐린 날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한다발의 꽃처럼 목적 없이 떠난 시골 간이역에 내리면 손 흔들어 기다려 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우체통같이 내 그리운 마음 언제나 담을 수 있는 흙내음 풀냄새가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
201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