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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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향기/이해인
'그리움'이란 단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움'이란 단어에선 비에 젖은 재스민 꽃향기가 난다. 고향집의 저녁 연기가 보이고 해질녁의 강물 소리가 들린다. '보고 싶다는 말'은 또 얼마나 따듯하고 사랑스러운가 언젠가 친구 수녀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언제 만나지요? 정말 보고..
2005.05.24 -
香峴/박두진
아랫도리 다박솔 깔린 산 너머, 큰 산 그 너멋 산 안 보이어, 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 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골이 장송(長松) 들어섰고, 머루 다래 넝쿨 바위 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갈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산토끼, 오소리, 도마뱀, 능구리 등 실로..
2005.05.22 -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해/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
2005.05.22 -
나비/류시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
2005.05.22 -
올챙이 연못가 #2-사랑/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
2005.05.20 -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문태준 밤새 잘그랑 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새 가슴이 붉은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
200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