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417)
-
국화 [최후의 꽃 / 도종환]
최후까지 하늘 향해 고개 꺽지 않는 꽃 한송이 있네 아래쪽 이파리들부터 들었던 두 팔을 서서히 내리고 지친 어깨를 털며 물러날 때 가까운 꽃들마저 흙빛의 질린 얼굴을 하고 빛나던 꽃잎 하나씩 땅에 버리며 돌아설 때 끝까지 제 빛깔 잃지 않으며 서 있는 들녘의 꽃 한송이 있네 그토..
2005.11.25 -
초가지붕 갈아 이는 날
초가지붕 갈아 이는 날 까치가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헌 지붕을 걷어 내리면 먼지가 자욱히 날립니다 짚단 삭은 냄새도 진동합니다.. 이 때 지켜보던 까치가 재빨리 날아 옵니다 까치가 굼뱅이를 헌 지붕과 함께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얼른 잡아 먹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굼뱅이를 ..
2005.11.24 -
가을이 오자 풀잎은 노오랗게 시들었다.
풀잎은 왜 나는 지천에 널려 있는 평범한 존재냐고 투정하지 않았다. 풀잎은 왜 나한테는 꽃을 얹어 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해가뜨면 사라져 버리기는 하였지만 이슬방울 목걸이에 감사하였다. 때로는 길 잃은 어린 풀무치의 여인숙이 되어 주는 것에 만족하였다. 가을이 오..
2005.11.22 -
술패랭이 [멀리 가는 향기 / 정채봉]
술패랭이 그 매혹적인 향기는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꽃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멀고 귀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굳세게 살고 자기 빛을 잃지 않는 작은 풀꽃이 지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이 청정할 때만이 제대로 깃들 수 ..
2005.11.22 -
들음의 길 위에서
어제보다는 좀더 잘 들으라고 저희에게 또 한 번 새날의 창문을 열어 주시는 주님 자신의 안뜰을 고요히 들여다보기보다는 항상 바깥일에 바삐 쫓기며 많은 말을 하고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 듣는 일에는 정성이 부족한 채 '대충' '건성' '빨리' 해치우려는 저희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
2005.11.21 -
물봉선 [풀 꽃 / 정채봉]
물봉선 꽃시장에 한번 갔다가 현기증을 느끼고 돌아온 적이 있다. 지나치다 싶게 화려한, 그것도 국적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는 그곳에서 향기조차도 진해서 멀미증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화사한 색깔의 난무에 내가 압도당한 것인지, 아니면 그 꽃들의..
200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