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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시월 새벽 / 류시화]
나팔꽃 1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냐고 개똥쥐바퀴들이 나무를 흔든다 2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모통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
2005.10.09 -
걷는 것 / 파트리크 쥐스킨트
산정호수 보행은 마음을 달래줬다. 걷는 것에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규칙적으로 발을 하나씩 떼어놓고, 그와 동시에 팔을 리듬에 맞춰 휘젓고, 숨이 약간 가파오고, 맥박도 조금 긴장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와 중심을 잡는데 필요한 눈과 귀를 사용하고, 살갗에 스..
2005.10.09 -
제대꽃 / 연중 제 28주일
가멸진 이 없이 되어 굶주리게 되었어도, 주님을 찾는 이는 아쉬운 복 없도다. 시편 33,11
2005.10.09 -
버마제비[사마귀] 시[간의 비밀 / 슈와프]
버마제비[사마귀] 경험이 풍부한 노인은 곤란한 일에 부딪쳤을 때면 급히 서두르지 말고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 사실 하루가 지나면 좋든 나쁘든간에 사정이 달라질 수가 있다.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다. 사람의 머리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이 가끔..
2005.10.08 -
바다가 그리울 때 / 신미영
신진도항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못견디게 그리워서 바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산다는 것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만 내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몰랐을 땐 바다를 알지 못했다 끝없는 깊음과 어둠이 온통 두려움의 대상일 뿐 바다는 잊어도 좋았다 시간 속으로 걸어..
2005.10.08 -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
2005.10.06